To. 연희아빠

당신 집

연희엄마 2018.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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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아빠!

오늘 낮에 당신 집에 다녀왔습니다.
마호병을 잃어버려서 커피는 준비 못 하고
야탑 지하철역에서 모시떡 한 팩을 사서 가방에 넣고는
마을버스를 갈아타고 종점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 올라갔습니다.
수 없이 오가며 들었던 생각 중에 오늘따라
이 길이 참 좋다. 난 이 길이 참 좋다.라고 혼자 되뇌며 아주 천천히 걸었습니다.
날씨는 잔뜩 흐려서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하였지만,
온 산야에 널려 있는 봄꽃들이 마치 서로 경주라도 하듯이
여기저기 노랗고 붉게 그리고 하얀 빛깔을 드러내며 피어나는 풍경들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사돈 내외분 묘소에 앉아, 갖고 온 떡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맘 속으로 하다가 내려와선
당신 있는 데에다 다시 자리를 깔고 앉아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다가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있는 누군가의 비석에 적혀 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와서 읽는데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나는 당신께서 계신 집이 참 좋습니다.라는......
어쩜 그리도 내 맘과 똑같은지요!

연희아빠!
나, 요즈음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한국어교원자격증을 따기 위해 온라인으로 수강을 하고 있어요.
자격증을 따서 무얼 할까는 미지수이지만, 그냥 내가 끌리는 관심 분야이고해서
가벼운 맘으로 들어섰는데 사실 생소한 용어들이 나오는 책을 접하니
몇 개월 동안 나와의 싸움을 치열하게 해야만 되겠다 싶네요.

연희아빠!
한동안 그쳤던 완희의 혼인자리가 요새 여기저기서 들어오고 있어요.
과연 어느 시점에야 인연의 고리가 연결될는지요.
어제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별 이상은 없다는군요.
조서방은 어제 제주도로 낚시를 갔었는데 아마 지금쯤엔 올라와 있겠지요.

세상살이, 인간관계 등이 때로는 혼란스럽게 나를 어지럽혀도 내게 아주 분명한 건,
당신이 몸으로 내 곁에 없다는 사실만큼이나 확실하게,
당신은 또 내 맘속에 견고히 자리잡고 있다는 겁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보고 싶습니다.
아주 많이요.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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