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연희아빠

밀알

연희엄마 2018.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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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아빠!

지난 토요일엔 조 서방과 완희랑 동강에 민물낚시를 갔었어요.
바로 이틀 전에 조 서방이 새로 구입한 차를 처음으로 타고 멀리까지 다녀왔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차종 중에 가장 값나가는 차인지라, 그걸 가질 만큼 열심히 살아가는
연희와 조 서방에 대해 그저 고맙고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세상에 안 계신 사돈 내외분과
당신이 여지없이 떠올랐습니다.
자식을 위해 평생을 안타까이 뒷바라지하시며 밀알이 되어 주셨던
그 분들의 노고 덕분에 이렇게 자손들이 혜택을 입고 그 열매로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아 마음속으로 감사했습니다.
더욱이 그 덕을 혼자 남은 내가 누리고 있는지라 송구하기도 했고요.

하빈이 큰고모님 내외도 이번에 유기농 매장을 접고 새로이 커피점을 개업했습니다.
몇 년 동안 우리에게도 과일이며 간식거리, 고춧가루 등을 시시때때로 보내 주셨는데...
오늘 총각무로 김치를 담그다가 그 분들이 생각나서 좀 보내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네요.

연희아빠!
당신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난 후에 우리 가족은 서로에게 더욱 긴장과 관심의 끈으로
단단히 묶여졌습니다.
며칠 전에는 나의 혈압수치가 갑자기 너무 높게 나오는 바람에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하빈어미가 달려와 응급실까지 갔었지만
다행히도 자연스레 혈압이 내려가서 바로 퇴원을 했습니다.
요즈음 아무 생각없이 음식물을 섭취한 탓인 듯해요.
내 인생의 경고 사인이라 여기고 더욱 조심하려고요.

연희아빠!
그리고 또 며칠 전에는요.
아이들이 모두 야구장에 가서 구경을 하며 너무 많은 음식을 사서 먹고도 남았나 봐요.
마침 그때는 내가 완희네 집에 있던 시각이라, 그 음식을 바로 나도 막을 수 있게 된 상황에 대해
전화 통화 중에 언뜻 느낀 아이들의 착한 마음이 느껴져서 살짝 가분이 좋았답니다.
비록 먹다가 남은 것이더라도 부리나케 가져다 준 걸 가지고 집에 돌아와 아주 맛있게 먹었네요.

연희아빠!
또 올게요.
잘 있어요.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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