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에게
2020.07.15 조회수 665

 

 

 

지난주 8기 애도상담전문가과정 심화교육을 마쳤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착용과 열체크를 해가며 조심스레 진행된 이번 과정에는 10명의 예비 애도상담전문가들이 참여하였다.

개인상담 훈련이 끝난 후, 여느 때처럼 상담사 자신의 사별 경험을 토대로 집단상담 8회기 교육을 하였다. 상담사들이 자신의 사별 경험을 다루지 못한다면 상담현장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반드시 다뤄야 할 부분이다.

배우자, 부모, 자녀 사별을 경험한 참가자들은 회기가 지날수록 자신의 감정과 더욱 깊이 만나며,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하였고, 서로의 마음을 느끼며 위안을 전하기도 하였다.

 

6회기에 참가자들은 창의적으로 디자인한 의례에 참여하였다. 고인과의 새로운 만남을 통해 삶으로 재배치하는 과정이다.

의례에 들어가기 전, 고인을 생각하며 ‘고인이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떠올리며 잠시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고 난 후, 고인에게 답장하는 형식으로 편지를 작성하였고, 고인 앞에 편지를 낭송하는 시간을 가졌다. 음악, 촛불, 꽃을 활용한 의례를 통해 사랑했던 사람의 추억을 떠올리며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렇게 의례가 끝나고 난 다음 번 모임이었다.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작성했던 한 남성 참가자가 한 주간 어머니를 생각하며 ‘어머니가 자신에게 편지를 쓴다면 뭐라고 쓸까?’를 상상하며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작성하였고, 이를 낭송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가 편지를 읽는 내내 참여했던 모든 이들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어린 시절 사고로 인해 신체에 화상의 흔적을 갖게 된 자신에게 늘 미안해하시던 어머니. 그 어머니에게 성인이 되서까지 제대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참가자. 어머니의 사랑과 돌봄에 감사의 인사 한번 제대로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죄송함을 느꼈던 참가자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 편지에 담았던 것이다. 여기에 편지 원문을 나눈다.

 

 

 

©christing

 

 

 

 

사랑하는 아들에게

 

아들아...편지 고맙구나. 글을 읽다보니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어서 축복하는 마음으로 답장을 보낸다.

 

죽음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란다. 죽음 그 자체는 특별히 이상한 것이 아니지. 마치 봄이 가고 여름이 오듯,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듯, 그리고 겨울이 가고 또다시 봄이 오듯...때가 되어 그저 흘러가는 것이란다. 태어난 때가 있으니 죽는 때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면 좋겠구나.

 

사고로 인한 갑작스런 죽음은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지만, 사고는 사고일 뿐이란다. 형벌도, 네 책임도, 그 무엇도 아니야.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일들에 과도한 의미부여는 하지 말길 바란다.

 

상실의 아픔...그 정체는 사랑이 아닐까...사랑했기에...사랑을 주었기에...상실이 슬픔이 되고 아픔이 되는거야.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 상실은 너에게 아무것도 아니지. 가끔은 그 사랑을 뒤늦게 깨닫기도 하겠지. 그때는 뒤늦은 슬픔이 따르게 되는 것뿐이야.

 

사랑이란... 마음이 이어지는 거란다. 그 이어진 것이 이별 때문에 강제로 끊어지니까 마땅히 아프고 슬픈거야. 하지만 잊지 말거라. 우리를 영원히 이어주는 것이 또 있음을...추억 말이다. 사랑했던 기억...행복했던 기억...아팠던 기억...모두 아름다운 추억이 되리니...그 추억을 잘 간직 하거라. 삶이 사랑으로 더욱 풍성해질거야.

 

너는 최선을 다했단다. 상실의 슬픔으로 괴로워하며, 더욱 잘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에 빠져서 자책할 필요는 없어. 너는 이미 충분히 사랑했기 때문이야. 설령...충분치 못했다 생각될지라도, 떠난 이들은...그것으로 충분했다고...최선을 다했다고...다독이며 따뜻하게 위로해 줄거야.

 

만족할만한 충분한 사랑이란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단다. 우리는 늘 사랑에 목말라하며 더 큰 사랑을 요구하지만, 그건 헛된 욕망에 지나지 않아. 오늘 할 수 있는 사랑을 했다면 그걸로 충분하고, 너는 최선을 다 한거란다.

 

그러니까... 너무 많이 자책하지 마라. 너무 많이 슬퍼하지 마라. 너무 많이 아파하지도 말아라.

 

오히려 할 수 있는대로...더욱 많이 사랑해라. 더욱 많이 기뻐해라. 그리고...더욱 많이 행복해지거라...

 

사랑하는 엄마가...

 


우리는 삶의 모든 과정에 의례와 더불어 살아간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고 난 이후 장례와 추모의례는 대표적인 의례라 볼 수 있다. 매년 정기적으로 행하는 의례도 있지만, 일상의 삶에서 고인을 떠올리고 추모할 수 있는 의례도 있다.

 

알렌 휴 콜 박사는 이것을 가리켜 상실에 “머물기(Sojourning)”라고 하였다. 고인을 기억하되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도록 마음 한 곳에 간직하고, 고인을 잊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행할 수 있는 자신만의 의례를 통해 재배치하는 과정인 것이다.

 

그러한 작은 의례 가운데 하나는 편지쓰기이다. 고인에게 미처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편지로 쓸 수 있고, 일기의 형식으로 쓸 수도 있다. 상실 초기 어떤 사람들은 자신만의 시간에 고인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 또한 하나의 의례이며 자연스러운 일이다.

 

작은 초를 밝혀 사랑했던 사람을 기억하며 추모할 수 있고, 고인이 좋아했던 장소를 찾아가는 것도 좋다. 산, 바다, 호수 등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고, 카페, 도서관, 박물관 등에서 고인을 생각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틀어 “공간적 재배치”라고 말한다.

우리는 사랑했던 사람의 기억을 억지로 잊을 필요가 없다. 우리의 마음과 새로운 공간으로 재배치하여 언제라도 꺼내어 추억할 수 있다면 지속적인 결속을 유지하면서 좋은 애도의 과정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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